9시쯤 아침을 먹고 말에다 짐을 싣고 출발 준비를 했습니다. 부푼꿈만큼 가슴이 먹먹하니 역시 2000m정도 높이에는 장사가 없었습니다. 평소 운동부족으로 인한 저질체력을 가진 저로서는 상당한 부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신발끈을 다시한번 동여매고 출발했습니다.
길목에 말똥이 많을 것이라는 경험자분들의 포스팅을 보고서 각오했던 일이었지만 정말 많더군요. 출발하자마다 후두두두덕;;; 우리 앞서서 우리 집을 싣고 가는 말은 대단하더라구요. 물론 말을 모는 아저씨도 빛의 속도로 우리를 앞질러 갔습니다.
여정의 시작! 출~바알
금사강줄기
전 원래 등산하면 초반에 처지다가 중반 넘어서 안정되는데요. 좀처럼 나아질 기미는 없고 오르막 오르기가 여느때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아직 그 죽음의 코스인 28밴드를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심장이 엄청나게 뛰고 답답한것이 세걸음 떼기도 힘이들어 숨을 몰아 쉬어야 했고 온몸에 추가 달린것 처럼 무거웠습니다. 함께하던 일행께서 쳐져있는 제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스틱도 빌려주셔서 일단 그거에 반 바위에 반 의지하며 28밴드 초입에 다다랐습니다.
첫날 출발하고 보니 현지가이드와 짐을 싣고 가는 말과 아저씨 이렇게 앞에서 일행을 안내하고 함께간 가이드 루피는 뒤에 오며 일행을 인솔하여 길을 가는 것이었는데요. 출발해서 부터 가는 동안 내내 루피는 계속 뒤에 오며 저와 함께 뒤쳐지는 일행을 챙겨주고 있었는데요. 정말 너무 고마웠습니다.ㅠㅠ "첫날은 원래 힘들다", "고도적응되면 괜찮다", "천천히 가도 된다" 등등... 그런말들을 계속 들려줬습니다. 하지만..세걸음 걷고 쉬고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남편도 씩씩한 척 앞서 가는듯 했지만 역시 힘이 든 눈치였습니다.
죽음의 28밴드 코스!
말도 한숨 쉬어갑니다. 우리일행은 쪼기 앉아서 리치와 물로 쉬고있습니다.
말똥천지
28밴드 입구라는 표시가 보이고 물과 음료를 파는 곳이 있어서 그늘에서 잠깐 쉬었습니다. 어제 사둔 리치도 꺼내 먹었는데요. 역시 천국의 맛있었습니다. 특히 당과 수분이 많아서 인지 땀을 많이 흘린뒤라 더욱 잘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짐을 싣고 있는 말에게 다가가서 만져도 보고 사진도 찍고 체력을 보충했습니다. 이제 곧 고난의 코스를 눈앞에 두고 말이죠.
좀 적응하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이미 출발했고 앞으로 가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으므로 더욱 빠이팅 했습니다. 첫날이라 배낭은 모두 말에게 실어 놓았지만 지나가는 외국 관광객들은 남여 할것없이 큰 물병과 단촐한 배낭들은 다들 매고 있더군요. 우리는 짐을 심플하게 챙긴다고 챙겼지만 그 사람들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양을 들고 간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28밴드는 정말 꼬불꼬불한 28개의 밴드를 지나가는 코스인데요. 트레킹 일정 중 최고 힘든 날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오르막이 계속되는데다 고도도 점점 높아져서 출발때보다 더 힘이 들었습니다. 정말 땀은 비오듯 흘렀고 볼때기도 발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밴드의 길이가 길고 짧음이 재각각이라 어느 부분은 좀 더디고 어느부분은 좀 빠르고 사이사이 표시되어있는 숫자를 확인 하며 올랐습니다. 워낙 긍정적이라 10밴드면..와..벌써 반가까지 왔네..20밴드면 다왔네..뭐 이런식으로 위로하며 조금씩 올라갔는데요.
28밴드를 다 올라서니 또 한군데 쉼터가 보였습니다. 작은 물병하나에 데운 물을 담아와서 차가운 물을 사서 마시기로 했습니다. 원래 물은 안사고 그냥 사진만 찍으면 돈을 내야하지만 물을 샀으니 그냥 들어가라는 체스쳐를 읽고 절벽있는 곳으로 사진찍으러 갔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래서 올려다본 풍경과 아래를 내려다 보는 풍경이 또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류에서 흘러내려오는 토사로 인해 물은 황토색이었지만 겨울이 되면 옥색으로 흐른다고 하더라구요. 죽기전에 저 물이 옥빛인것을 한번 더 볼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8밴드를 다시 올라와야한다 생각하니..망설여 지더라구요;;하하하...몸은 힘들었지만 그곳에 올라서니 역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어 죽겠네요.
28밴드 꼭대기에 올라서서..사진찍으려면 8위안을 내랍니다. 음료 사마시면 공짜
저런 절벽에도 풀은 자라네요
뭔말인지 몰라도 세계공통어 웃음으로 현지인과 교감중이네요. 풉
외국인 일행 가는 길은 같은데 엄청 빨라요. 다리가 길어서 그런가
당나귀 용기내서 만져봤습니다
야호 이제 곧 점심먹으러 간다!!! 신나서 다시 몸을 추스리고 출발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거죠. 28밴드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고도적응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가벼웠습니다. 점심을 먹기위해 오전 내내 걸어서 도착한 곳은 차마객잔입니다. 당분을 보충하기 위하 커카커~라(코카콜라)를 한병 사들고 루피가 일러준 대로 2층 테라스 쇼파에 가서 앉았는데요. 풍경도 엄청 좋고 건조하고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습니다. 와서 새삼 느낀거지만 중국의 산수화같은 그림을 보면 바위산이 엄청 웅장하고 멋있는데요. 그 그림이 허세가 아니란걸 알았네요. 길고 곧은 설산이 앞 뒤로 있고 가운데 거칠고 넓은 강이 흐르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주문하며 다시한번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다름아닌 메뉴에 김치가 있는것..몸이 너무 힘들어서 입맛을 잃어서 다들 식사에 의욕이 없었지만 식탁에 김치가 등장한 순간 모두 되찾았습니다. 볶음면과 야채볶음 그리고 요거트 과일샐러드 등..맛있게 배를 채우고 다시 오후 일정을 소화하러 떠났습니다.
고도적응은 계속 힘들었습니다. 여전히 땀도 많이나고 몸도 무거웠지만 그래도 출발할때만큼 죽을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후 일정까지도 짐은 말이 옮겨 주기때문에 몸만으로 이동했습니다. 오후에 가는 길은 오전처럼 오르막을 가는 것은 아니고 중간 능선을 따라 쭉 걷기 때문에 오전에 비해선 훨씬 수월해져서 경치에 눈이 더 많이 가더군요.
차마객잔에서 발견한 신기한 의자. 편해요.
차마객잔의 2층 테라스로 가는 중에..
메뉴가 엄청 많습니다. 게다가 김치도 있고..
볶음면
요구르트 과일 샐러드
카레볶음밥
위쪽 선반에 화이트 소주
조 위에 2층 테라스가 전경이 좋습니다
길이 수월하지만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않았는데요. 능선이라고 하지만 곳곳에 길이 허술한 부분도 있고 옆쪽으로 비탈이거나 절벽이라서 장난하다가 밀기라도 하면 정말 죽겠다 싶었습니다.
처음에 출발할때는 '하루 종일 걷는건데 힘들진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지만 식사와 잠자리를 해결하려면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산속에 있다보니 오전을 걸어야 점심을 먹을수 있고 오후를 걸어야 저녁을 먹고 쉴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생각만큼 고되지는 않아요. 다들 쉬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물도 마시고 그런 재미도 쏠쏠했거든요. 체력만 따라준다면 말이죠.ㅠㅠ
남편군의 튼튼한 다리
28밴드 이후 존 괜찮아 졌습니다
사람얼굴 모양의 바위
평화롭긴 하지만 길은 위험해요.
중도객잔 다다라서 마을에서 뭉개구름 그림자 키야~
드디어 다왔다!!! 오늘일정 끝
그렇게 오후에 경치를 감상하며 쉬엄쉬엄 해서 첫날 묶을 숙소인 중도객잔에 도착했습니다. 중도객잔에서는 한국사람은 우리팀 뿐인것 같았습니다. 외국인 일행들도 많고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홍콩에서 왔다고 하더군요. 객잔내 상점에서 음료를 사고 그늘에 앉아서 좀 쉬었습니다. 도미토리숙소 위층으로 테라스가 있었는데 올라가보니 정말 아무것도 걸리지 않고 오른쪽끝에서 왼쪽으로 시야 끝까지 다 옥룡설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해가 지기전에 씯고 나와서 어두워지기전에 이 모습을 더 열심히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중도객잔의 2층 테라스 그림같아요!
꽤 큰 규모의 중도객잔 우리 객실은 2층.
객잔 어디나 있네요. 옥수수는..
시간은 5시쯤 되가는데 아직 한 낯같아요.
화장실이 너무 좋아서 깜짝놀랐어요
객실도 넓고 우리 방이 침대도 두개고 암튼 무지 좋았습니다.
다행이 걱정했던 실은 깨끗했습니다. 숙소는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훌륭했는데요.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객잔답게 침대도 있었고 티비도 나왔습니다. 중국방송 만 이었지만..그리고 방안에 전기와 전원을 넣는데 키를 꼽는것을 몰라서 사용하지 못했지만 온수도 콸콸콸이었다고 합니다.
산에서 첫날밤은 두통이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상쾌했습니다. 씯고서는 좀 쌀쌀한감이있어 겉옷을 들고 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이미 테라스 바깥쪽으로는 맥주마시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고 우리는 테라스 안쪽에 그네가 있는곳 앞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저녁시간에 테라스로 모이는 여행객들
여행을 마무리는 역시 빨레죠!
저녁메뉴는 오골계백숙...마늘을 넗고 푹 삶은 오골계가 등장하는순간 우리 테이블은 외국인들이 신기하게 쳐다 봤습니다. 닭을 통째로 가지고 올라왔거든요. 게다가 시꺼먼 닭을 하지만 배가 고팠던 일행은 아랑곳 않고 매우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배고품 덕분인지 사진도 없습니다. 첫날이라 좀 서먹했지만 해가 지는 산자락 아래서 같이 밥을 먹고 해가지고는 맥주한잔에 휴대용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차마고도에서는 바람은 선선하고 햇빛은 따사롭습니다. 그리고 습한기운이 없어서 뭔가 땀나고 찝찝한 느낌이 적어서 참 좋았습니다. 걷는 내내 그늘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밝은 햇빛이 걷는 내내 계속되죠. 출발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위엄있는 풍경들이 힘을 주는 것같은 느낌도 들고 확실히 국내여행과는 다른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선 별로 즐기지 않았지만..객잔에서만 파는 'DALI맥주'가 맛있어요!!
여행 중에 꼭 필요한 당분으로 콜라한모금만한 게 없었습니다. 집에와서 먹은맛은 그것만 못해요. ^^